[인터뷰]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오히려 기회 같아요
2023.03.31
매거진


예산 케미스테이 박상준 님은 나의 가능성과 지역의 가능성이 

만나길 바라며 예산에서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편이 생긴 날 

 

청년마을 최종 현장실사 날이었어요. 행안부 관계자와 주민들을 모시고 예산에서 왜 청년마을을 하고 싶은지 발표를 하는데, 다른 지역이 아니라 굳이 예산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온 거예요. 너무 긴장한 상태라서 대답을 시원시원하게 못했죠. 그때 뒤에 앉아 계시던 주민분들이 갑자기 “할 말 있습니다!” 하며 일어나시더니 "청년들이 내려와서 어르신들만 있는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 "우리 청년들 믿고 지지해달라"고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주셨어요. 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지역에 우리 편이 생겼구나. 고향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건 처음이라 ‘여기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졌어요. 마음에 안정감이 들면서 예산에 꼭 내려와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그 날, 2023년 3월 6일이 저의 로컬기념일입니다. 

 

 

다시 보이는 예산 

 

다시 돌아온 예산은 많은 게 달라져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사실 예산군 버스에는 번호가 없었거든요. 나름대로 노선이 있었겠지만 자주 타는 사람이 아니면 알 길이 없죠. 얼마 전에 거의 20년 만에 버스를 탔는데, 510, 511, 508번 번호가 있는 걸 보니까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버스 와이파이도 빵빵 잘 터져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는 근교도시에 나가야만 영화관과 서비스센터에 갈 수 있었는데 이것저것 많이 생겨서 살기가 괜찮아졌어요. 4D영화관이 없다는 것 빼면?(웃음) 무엇보다 예산에는 요즘 핫한 예산시장이 있습니다. 남들은 하루 날 잡고 오는 시장을 5분이면 갈 수 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이 지역의 공동체를 경험하고 도움을 청할 어른들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었어요. 도움이 필요할 때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실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실제로 그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기대어 살아가는 로컬

 

이장님이 항상 "여긴 예초기 쥘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하세요. 풀을 같이 깎아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 예산에서는 또래 친구들을 보기가 어렵고, 그만큼 젊은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세요. 주민분들은 저희와 나이도 다르고 공통점도 많지 않은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됐어요. 청년마을 거점공간 ‘케미하우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실제로 청년들이 머물며 사용하는 가전들도 주민분들이 십시일반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저희 일이라면 다들 선뜻 나서서 도와주세요. 반대로 이번에 주교리라는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카페를 준비하고 계신데, 마케팅이나 기획에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예산은 저를 꼭 필요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곳이에요.

 

 

셩엄마처럼

 

저는 ‘풍류’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예산은 그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이장님만 보셔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되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데 왠지 모를 느긋함과 넉넉함이 느껴지고 그 여유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염시키거든요. 여유로움 속에서 유대감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바쁘시면 마을 어르신들이 다 함께 저를 돌봐주셨어요. 그걸 충청도에서는 “셩엄마(수양어머니)”라고 부르죠. 함께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제가 예산에 갖고 있는 고향으로서의 이미지입니다. 여기서는 실패해도 무언가를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여유와 정이 넘치는 동네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새롭게 시도하는 청년들을 많이 불러들여서 어릴 때부터 느낀 고향의 풍류와 정을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예산이 어디?” 오히려 좋아!

 

사과, 예산시장, 백종원 씨, 덕산온천 말고는 예산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다들 잘 몰라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릴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거죠! 저는 서울로 대학을 갔는데, 자기소개를 할 때 예산에서 왔다고 하니까 전부 "멀리서 왔네." 하더라고요.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지역인데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거죠. 그 뒤로도 항상 예산 자랑을 하니까 친구들이 ‘예산의 아들’이라고 불렀어요. 다시 내려왔으니 이젠 정말 그렇게 돼버렸고요.(웃음) 직장인이 되어서도 친환경 아웃도어 커뮤니티로 만난 친구들을 예산에 데려와서 모내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막걸리도 나눠 마셨는데 이런 고향을 갖고 있었냐면서 되게 부러워하는 거예요. 즐거워하면서 여기서 더 오래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예산이 다르게 보였어요. 저에겐 익숙한 고향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닿는 모습을 보면서 예산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로컬 베이스캠프

 

예산을 로컬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만들고 싶어요. 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늘 서울, 제주, 부산에 가봤다는 대답을 듣곤 해요.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지역에 갈 수 있는데 왜 몇몇 도시에 사람들이 몰릴까 아쉬웠어요. 생각해보니 로컬 여행을 위한 시스템이 없더라고요. 이 문제를 예산이 가진 지리적 장점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예산은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올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베이스캠프 개념의 공간을 만들고 청년들을 모아 로컬 투어도 하고, 지역의 자원을 연결시켜주는 관계안내소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예산 청년마을이 어쩌면 대도시와 로컬을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겠구나.’ 그 벅찬 기대감으로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케미스테이

 

예산 청년마을 케미스테이는 ‘케미스트리’와 ‘스테이’를 합친 말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면 앞으로의 삶에도 고민이 깊어지잖아요. 그런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끼리 모여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정한 키워드입니다. 바쁘고 여유가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예산에 머물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지역 투어는 물론 먼저 정착한 선배와의 만남 등 지역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랑 같지만(웃음) 다시 오고 싶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저희 프로그램을 보고 예산에 오고 싶다는 청년들이 많아졌어요. 이들과 함께 예산을 경험하고 함께 콘텐츠 고민을 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저희가 해나갈 일입니다.

 

 

웰컴 투 예산 라이프

 

예산에 오기 전, 서울대입구역에서 10년 가까이 출퇴근을 했는데 같은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어요. 익명성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지만 조금 외롭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예산에 오니까 어딜 가든 저를 알아보세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어떤 일이 일어났다 하면 동네에 소식이 순식간에 퍼져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해요. 또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예산은 주차 걱정이 없어요. 어디든 공용 주차장이 있고 전부 무료예요. 대도시와는 다른 로컬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아, 약속을 확실하게 안 하는 충청도 스타일에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예산 사람인지라 그런 편인데 제 동료들은 조금 어려워하더라고요.(웃음) 재미난 예산 라이프, 케미스테이에서 같이 즐겨봅시다!

 

 

로컬기념일|<로컬라이프클럽 begins>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을 청년들이 우연과 인연을 계기로 로컬을 보금자리로 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날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선정 마을에서 추천한 인물의 인터뷰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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